애니콜 햅틱폰이 나왔다고 모바일기기 관련쪽에서는 큰 이슈랍니다.  한국에서도, 해외에서도 관련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 관련 분야다보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사실 착찹한 마음이 더 강합니다. 햅틱폰은 삼성의 '개가'이기 보다는 Immersion(www.immersion.com)이라는 기업의 승리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NOKIA, SONY ERICSSON은 Immerion의 세일즈를 뿌리치고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기업은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것 보다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더 우선인것 같아 보입니다. 관련 기술 습득을 위해 국내 연구자들과 노력이 조금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관련 분야의 국내 연구진의 수준도 세계 최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기업이나 연구기관의 의견에 비하면 많이 외면되어 온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번 제품도 아마 국내로 들어오게될 추가 이익보다는 외국으로 나가게될 이익이 더 클겁니다. 기업이니까 나름대로 그런 계산까지 다 했겠지만, 4-5년전 국내 기관에서 의견을 이야기 할때부터 협력이 되었더라면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합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기술을 처음 개발할때의 사정을 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쉬움을 느낍니다. 당시 CDMA의 원천 기술은 QUALCOMM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핵심 기술은 ETRI에 의해서 개발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가로 ETRI는 퀄컴으로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해마다 2천만불이 넘는 거금의 기술료 수입이라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CDMA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 LG전자등 국내기업은 결국 해마다 수억불이 넘는 로얄티를 QUALCOMM에 지불하게되었습니다. 덕분에 볼품없는 회사이던 퀄컴은 한국의 정세를 잘 이용하여 현재는 거대 공룡회사로 변신하게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상황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이유가 어떠하든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ETRI의 기술력에 대해서 조금만 더 신뢰가 있었더라면 QUALCOMM에 주도권과 막대한 이익을 내주는 상황이 조금은 덜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국내 연구자에 대한 외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사회에 자존하는 편견입니다. 미리 정답을 이야기하자면 결국 국내 연구진이 더 노력하고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를 받게된다는 사실일겁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연구 수준만큼의 공정한 평가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수준있는 연구기관에서는 교수님들이나 연구원들은 세계적은 수준의 연구업적을 달성하신 분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분들에게서 지도를 받는 학생들 역시 세계최고 수준의 연구능력을 갖춘 학생들입니다. 저도 학생때 잠시, 그리고 연구원이 된후 현재도 MIT에 머무르고있지만, 자질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제 모교인 KAIST의 연구원들이 MIT연구원들에 비하여 전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나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건 모교에가서 후배들에게 '전세계 어디를 가도 이만한 재능과 열정있는 연구원들로 구성된 연구실이 없다. 자부심을 가져라. 난 확신한다.'라고 말을 하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답을 보내곤합니다. 어느새 우리 스스로에게도 슬픈 열등감이 자리잡혀버렸나 봅니다. 기업, 연구소 그리고 학교 마저도 인재를 채용할때 국내학위자와 해외 학위자 사이에 차별이 존재하고, 많은 어떤 경우는 국내 연구자들 스스로도 그 차별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현실입니다. 국내 연구자를 낮춰 보는 시선 혹은 스스로를 낮춰버리는 시선에 대해 우리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너무 없는게 아닌가 반문해봅니다.

기회는 스스로가 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젊은 과학도들이 해외로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학위를 받기위해 외국으로 떠나고,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도전위해서 뿐만아니라 그리고 때론 공정한 인정을 기대하며 외국으로 떠나기도합니다. 아마 저 자신도 그 대열에 합류한 사람중에 한명일겁니다. 연구자로써 글로벌 시대에 전세계로 발을 뻗는건 당연하고 긍정적인 모습일 겁니다. 그러나 떠나는 발걸음에 '부푼 꿈'과 '열정' 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의 여러 형편이나 여러 시선들 '때문에'라는 마음이 전혀 없었으면 합니다. 2000년대의 우리나라는 더이상  '외국의 도움없이는 스스로 창조할 수 없는 나라'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때로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해야합니다.  정확하게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사실 MIT와 KAIST 사이에는 현재는 객관적으로 비교되기 어려운 수준차이가 있습니다. 아직도 SCI 논문 게재라는 불문의 졸업요건을 두고 학생들의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에 비하여, MIT 연구자들의 연구에 대한 '창의적인 태도'는 분명한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종이 한장차입니다. 오늘 모르는 것을 내일 알 수도 있습니다.
국내의 많은 제도들은 '아는 것'만에 관한 연구를 지원해줍니다. 국내 연구자들의 수준에 비하여 나라의 정책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인것 같습니다. 국내 연구자들 스스로 보다, 정부나 기업이 조금 더 국내 연구자의 수준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장기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도전적인' 계획서는 자주 외면받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2-3년내에 실현 가능한 과제를 따올만한 내용'으로 채우게됩니다. 연구자는 '돈'에 종속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현실앞에 젊은 연구자들의 열정도 서서히 식어가게 됩니다. 국내에서 학위를 하게되면 대학원에서도 이런 단계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아직도 다수일겁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MIT처럼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기관에서 제일 배우고 싶은것은 '특정 기술'이 아니라 세계를 선도하려는 연구 정신을 가꿔주는 '시스템입'니다. '모르는 것'에 대한 과감한 도전은 실패로 끝날 수 있지만, 성공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치를 낳게됩니다. 국내 연구자들도 모두 이런 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또 때로는 흘륭하신 분들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세계적인 업적을 달성하시지만, 여전히 선진국형 연구지원 시스템의 부재가 안타깝습니다. 연구자들을 더 신뢰해두고 정당한 평가를 해줬으면 합니다. 기회가 더 주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내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KAIST 그리고 못지않게 우수한 곳에서 공부하고 계시는 국내 대학원생들이 조금더 용기를 냈으면 하고 빌어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연구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국가라고 인정을 못 받을지는 몰라도,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많은 졸업생들은 전세계의 많은 연구기관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탁하자면 저도 느꼈었던 현실인데, 졸업요건인  SCI논문을 내는데 두려움이 없었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이 제도도 바뀌고 사라지겠지만, 이 제도 때문에 소위 '논문이 될만한 안전한 연구주제'를 정하기 않기를 바래봅니다. 어쩌면 제 스스로에 대한 회한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직 시작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열정'과 '창의성'중 어느 하나라도 버리는 순간 연구자로써 도태하게 된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내려진 결론이었지만 국내의 연구자들을 바라보는 낮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 결국은 우리가 바꿔 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어쭙잖은 열등감이나 개탄은 결국 바라보는 시선만 더 차갑게 만들 뿐이며, 좋은 연구자가 되는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 스스로부터 자부심을 가지고 더 도전적으로 연구합시다.
연구를 하게 만드는건 '때와 장소'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저 스스로도, 내가 '이곳에' 왔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가 아니라, 이곳에 '내가' 왔기 때문에 이러이러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고 최면을 걸고 다짐도 해봅니다.

아무튼 푸념이 길었습니다. 제가 조금더 세월이 흘러 조금더 나아간 연구자가 되었을때 그때는 제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갑자기 그게 궁금해 집니다. 그때의 환경은 또 어떻게 바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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